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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칼럼) '우리 삶에 안착한 구독경제, 생산자·소비자·환경의 윈-윈-윈 전략'
등록일 2021-03-18 조회수 424

(칼럼) 우리 삶에 안착한 구독경제, 생산자·소비자·환경의 윈-윈-윈 전략 

 

 

 

 

오늘날의 소비 패턴에서는 매우 독특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바로 구독형 서비스의 부상입니다. 구독형 서비스는 일정한 기간만큼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약속하고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월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무제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성공으로 이른바 ‘구독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구독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음악, 도서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와인, 커피, 샐러드, 도시락, 옷, 구두, 면도기, 청소까지 구독경제가 들어서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콘텐츠부터 각종 서비스, 유형의 상품까지 구독경제는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통과 소비를 바꾸고 있는 구독경제가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기존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는 구독경제는 유통과 소비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합니다.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구독 서비스가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독경제의 성장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다
 

 

 

구독경제는 ‘구독’이라는 방식에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과 ‘개인화’가 더해진 형태입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개별 소비자의 욕구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점차 정교화되면서 구독경제는 날개를 달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독경제의 성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해서 필요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근면한 노동은 자연스레 가족을 위한 집, 휴일에 여행을 가기 위한 자동차, 유행하는 옷과 가방, 좋아하는 문화상품을 사고 전시하는 것과 연결됐습니다.

그러나 고도성장기가 끝나면서 안정적인 직장과 고소득, 4인 가족이라는 과거의 라이프 사이클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밀레니얼 세대는 1인 가구를 포함해 다양한 가구 형태를 보이며, ‘평생 직장’보다는 자신과 맞는 직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연히 주거와 수입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지고, 안정적인 미래 수입을 바탕으로 빚을 내 소유를 고집하기보다는 현재의 경험이 중요해집니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구독경제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가능한 많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며 영구적 소유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사용하는 권리’에 관심을 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구독경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환경이 함께 득을 보는 구조를 만든다

구독경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약 4,200억 달러(470조 원)였고, 2020년에는 약 5,300억 달러(594조 원)으로 성장했습니다. 바야흐로 ‘소유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구독경제로 전환되는 흐름은 엄청난 이득을 품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환경이 모두 이득을 얻는 윈-윈-윈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점은 기본적으로 구독경제가 ‘소유’라는, 자칫 과잉으로 흐를 수 있는 생활 방식에서 벗어난 자원절약형 소비라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구독경제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공유경제’를 예로 들어보죠. 공유경제는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를 의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공유 택시인 ‘우버’입니다. 내가 자가용을 갖고 있으면 이를 손님을 태우는 택시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얼핏 보면 공유경제도 이미 가진 자원을 활용하기에 자원을 효율화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가진 자동차, 내가 가진 집을 돈벌이로 활용할 수 있게 되자 우후죽순처럼 서비스 공급자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는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도로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우버 기사가 되려고 자동차를 사는 현상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우버는 그저 서비스와 소비자를 중개만 해주는 중개 플랫폼으로서 수수료만 벌고 도로에 넘쳐나는 차에 대해서는 아무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달리 구독경제는 ‘개인의 소유’를 공유하기보다 기업과 같은 ‘집단의 소유’를 공유합니다. 집단이 대규모로 소유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비용을 낮추는 한편, 수많은 구독자의 소비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효율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자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필요한 재화에 대해 원하는 시간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니 훨씬 경제적입니다. 커피 3잔 값이면 한 달 동안 집에서 편하게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고 한 달에 20만 원 이내의 지출로도 필요할 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는 굳이 무엇인가를 소유해서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추가적으로 계속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구독경제는 공급자들의 공급도 효율화합니다. 구독은 일정 기간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합니다. 따라서 수익구조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비용에 따라 서비스 모델을 차별화해 고객층을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매출을 분명히 예측할 수 있으니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소비 관련 데이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를 분석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구독경제는 소비자에게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경험을 보장해주고, 공급자에게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소비자와 사업자가 모두 자원을 효율화하는 윈-윈 전략은 현재의 편익은 그대로 누리면서도 경제활동 전반에 소모되는 자원의 양을 줄임으로써 지구의 ‘지속가능성’까지도 보장하는 더 거대한 이익으로 연결됩니다.

사실 구독경제의 진정한 가치는 자원 효율성보다도 경제활동에 개인의 가치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독경제에서는 소비자의 경험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니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더 지속적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블루레이 디스크로 판매한다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점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끝나지만,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로 공급한다면 기업과 소비자는 계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합니다. 한편 소유에 비해 구독은 비용이 적게 드니 가격이 구매의사를 결정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지도 않습니다. 자연히 기업은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의견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재화의 성능과 가격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차별이나 자유에 대한 이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기업활동 중 제3세계 공급자에 어떤 처우를 하는지처럼 정치, 사회적 이슈가 경제활동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구독서비스가 활발하고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유독 정치적 올바름에 주목하는 이유도 주요 소비자의 의견이 구매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구독경제에서는 소비자의 가치판단이 기업의 매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가치관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박스 포장재를 바꾸거나, 재활용품을 사용하거나, 친환경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는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이익이지만 지금 당장은 경제적으로 손해인 여러 의사결정을 부담없이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업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소비할 테니까요.

신선식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마켓컬리는 고객들의 선호도와 주문량, 성향을 파악해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하는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마켓컬리

 

 

 

 



 

 

 

 

 

앞으로 구독경제가 전면화 된다면 필수재를 제외하고는 정말 소유의 종말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경제활동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소비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기업은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적은 자원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원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해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많은 편익을 누리게 함으로써 현재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고도 자원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친환경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소비자의 지지를 받아 경제활동의 주류로 올라설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환경은 경제활동에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더 많은 고객과 부가가치를 약속하는 필수 고려사항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구독경제가 확산됨에 따라 생산부터 소비까지 경제활동 전반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어서 탄소중립 경제 실현이 한층 가까워질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직면한 현재, 구독경제가 새로운 소비시스템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 글 : 홍종래 칼럼니스트